[인터뷰] ‘삼총사’ 유준상-왕용범 “뮤지컬 ‘노인과 바다’로 팔순 때까지 함께 할래요” 양승희 기자 2018-03-08


배우와 연출로 인연 맺어…‘신뢰’로 쌓아온 10년의 시간
▲ 뮤지컬 ‘삼총사’의 배우 유준상(왼쪽)과 왕용범 연출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이럴까. 공연계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많은 콤비 중 두 사람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뮤지컬 ‘삼총사’를 통해 처음 만나 함께 작업해온 시간이 벌써 10년이 됐다.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로빈 훗’ ‘벤허’에 이르기까지 배우 유준상과 연출가 왕용범의 발자취는 작품을 따라 함께 이어졌다.
 
해가 지날수록, 작품이 쌓일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지고 있는 두 사람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인터뷰에 나섰다. 오는 16일 개막을 앞둔 10주년 뮤지컬 ‘삼총사’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배우와 연출의 인연을 묶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뮤지컬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2009년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소감은?
 
▲ 유준상은 "나 혼자 인터뷰할 때 왕용범 연출에 대한 칭찬을 한 적은 많지만, 동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나에게 약속한 것을 지켜나가는 그를 보면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유준상: 4년 전 ‘삼총사’ 마지막 공연을 할 때 관객들께 “2018년에 평창올림픽도 하고 10주년이니 꼭 돌아오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스태프, 배우들과 약속 없이 저 혼자 던진 약속이었죠. 그런데 점점 2018년이 다가오니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왕 연출님이 여러 일로 바빠서 불가능할 뻔 했는데, 연출님 없는 ‘삼총사’는 의미가 없으니 계속 설득을 했죠. 체코 원작 작품이지만 왕 연출이 아예 새로 써서 창작한 것과 다름이 없거든요. 초연 배우들도 워낙 ‘삼총사’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다시 한 번 뭉칠 수 있게 됐어요.
 
왕용범: 사실 이번에 ‘삼총사’를 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는데, 준상 선배가 3개월 넘게 ‘꼭 해야 한다’고 계속 설득하셨어요. 고민 끝에 하기로 결정하고 연습을 해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마지막 공연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앞으로 10년을 더 해도 괜찮겠더라고요. 준상 선배가 초연 배우들도 직접 다 모았는데, 10년 전이랑 변한 게 없이 다들 그대로였어요. 앞으로 선배의 환갑 잔치를 ‘삼총사’로 하자고 정도로 열정적이죠.(웃음)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한 인상이 어땠는지?
 
▲ 왕용범 연출은 "결혼한 지 10년째인데 내가 누구랑 사는지 모를 정도로 준상 선배와 자주 만난다. 우정이 변치 않아 앞으로 10년 후에도 준상 선배와 함께 그동안의 감회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또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왕용범: 지금도 그렇지만 10년 전에도 만나보기 힘든 스타였어요. 당시 연극 ‘더 플레이’에 출연한 준상 선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저렇게 다리도 길고 멋진 남자 배우가 있구나’ 생각했고, ‘삼총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됐어요. 그 당시 35살 젊은 연출가인 제가 수십억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맡으면서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 울 정도로 부담감이 컸었거든요. 그런데 준상 선배가 저를 믿어주고, 다른 배우를 독려해주신 덕분해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선배와 ‘케미’가 생겼고, 서로를 믿으면서 함께 꿈꿀 수 있는 사이가 됐어요.
 
유준상: 연출님이 ‘삼총사’라는 작품의 배우를 캐스팅한다는 소식과 제 공연을 보러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오늘이 오디션 날이구나’라는 직감을 했어요. 그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연기했는데 캐스팅이 됐다고 해서 기뻤죠.(웃음) 그렇게 ‘삼총사’ 연습에 들어갔는데 연출님이 1막 동선을 한 번에 그리시는 걸 보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보통은 한 장면씩 만드는데, 연출님이 한 번에 그은 동선을 쫙 따라가면서 ‘이 사람은 천재다. 믿어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죠. 이후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작품을 함께 거치며 점점 신뢰가 쌓이게 됐어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변화된 점과 변하지 않는 점이 있다면?
 
▲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삼총사(연출 왕용범)’에 출연하는 초연 멤버 김법래, 민영기, 유준상, 엄기준(왼쪽부터, 이른바 '엄유민법')의 포스터.(뉴스컬처)     ©사진=쇼온컴퍼니

유준상: 오랜 만에 하려니 가물가물한 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100회 이상을 공연한 기억이 몸에는 남아 있더라고요. 더욱이 연출님이 만들어주신 초연 멤버인 ‘엄유민법’이 다시 모이니까 부딪히기만 해도 웃기고 재밌고, 책임감도 커서 다들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해요. 아마 다들 앞으로 ‘삼총사’는 계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쏟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저 역시 ‘이번 대본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어요. 드라마와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여러 번 할 수 있지만, 헤어질 때가 됐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애틋하더라고요.

왕용범: 준상 선배는 참 안 늙어요. 같은 남자가 봐도 너무 부러울 정도로요.(웃음) 제 욕심에는 아버지 역할도 맡기고 싶은데, 여전히 ‘청년’ 이미지니까 그럴 수가 없어요.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특히 ‘프랑켄슈타인’이나 ‘벤허’는 배우가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작품임에도 언제나 헌신을 통해 역할에 임해주세요. ‘삼총사’ 역시 배우와 스태프의 노력이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에요. 현재 시류에 맞게 템포를 재정비했지만, 작품의 주제인 ‘우정’ 그 자체를 전하고 싶다는 건 변함없어요.
 
-차기작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계획은?
 
▲ 왕용범 연출은 차기작에 대해 "현재 뮤지컬 '단테의 신곡'을 준비 중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인을 구하기 위해 단테가 지옥으로 들어가 여행하는 작품이다. '프랑켄슈타인' '벤허'와 마찬가지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신이 되고자 했던 남자, '벤허'가 신을 만난 남자라면, '단테의 신곡'은 신을 죽여야 하는 남자로 '신 3부작'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왕용범: 앞으로 이루고 싶은 한 가지 꿈은 준상 선배가 팔순 잔치를 할 때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노인과 바다’를 공연하는 거예요.(웃음) 배우 1명이 나오는 대형 뮤지컬을 꼭 만들고 싶은데, 선배가 꼭 그때까지 무대에서 활동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제가 하고 싶은 작업들을 선배 덕분에 올릴 수 있었고, 그렇게 10년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건 분명 큰 복이죠. 저는 죽기 전 술 한 잔을 같이 마실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 생각하거든요. 가족 이외에 준상 선배를 그런 인연으로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해요.
 
유준상: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성장하는데, 연출님 덕분에 그런 기회를 많이 만났어요. 제가 살면서 조금씩 흐트러지려 할 때쯤, 왕 연출이 작품을 통해 어떤 화두를 툭툭 던져줘요. 마치 조련사처럼 ‘자네 이런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도록 만드는 거죠.(웃음) 왕용범이라는 연출이 아니었더라면 제가 이렇게 무대를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평생 뮤지컬을 놓지 않을 겁니다.
 
 
[프로필]
이름: 유준상
생년월일: 1969년 11월 28일 
학력: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수상: SBS 연기대상 중편드라마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제4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어워드 올해의 배우상, 제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딤프 어워즈 올해의 스타상(2015), 제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딤프 어워즈 올해의 스타상(2014), 제25회 한국PD대상 탤런트부문 출연자상(2013) 외 다수
출연작: 뮤지컬 ‘삼총사’, ‘잭더리퍼’, ‘레베카’, ‘그날들’, ‘프랑켄슈타인’, ‘로빈훗’, ‘벤허’ 외/ 영화 ‘이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 ‘알투비’, ‘터치’, ‘전설의 주먹’, ‘표적’, ‘고산자’ 외/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풍문으로 들었소’, ‘피리부는 사나이’, ‘조작’ 외 다수
 

[프로필]

이름: 왕용범

생년월일: 1974년 8월 14일

학력: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수상: 더 뮤지컬 어워즈 연출상(2014) 외

참여작: 뮤지컬 ‘서푼짜리 오페라’, ‘스타라이더’, ‘밑바닥에서’, ‘카르멘’, ‘컴페션’, ‘햄릿’, ‘시스터 소울’, ‘삼총사’, ‘잭 더 리퍼’, ‘락 오브 에이지’, ‘캐치 미 이프 유 캔’, ‘프랑켄슈타인’, ‘두 도시 이야기’, ‘보니 앤 클라이드’, ‘조로’, ‘올슉업’, ‘로빈훗’, ‘체스’, ‘신데렐라’, ‘벤허’ 외 다수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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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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