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이야기] 성차별·편견·박탈당한 기회…‘여성인권’ 불편한 진실 비추다 양승희 기자 2018-03-03



▲ 뮤지컬 ‘레드북(연출 오경택)’ 공연장면 중 안나(왼쪽, 아이비 분)가 작가의 꿈을 향한 마음을 다지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최근 성범죄 피해 사실을 SNS를 통해 밝히는 ‘미투(Mee Too)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조계에서 시작된 폭로가 문학, 연극, 방송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가 발전했지만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반증한다.
 
성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다수의 여성들이 억압받는 현 시대에서 여성의 권리와 양성평등을 아우르는 ‘페미니즘(feminism)’ 운동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공연계에서도 그동안 여성들이 받은 차별과 선입견을 드러내고, 잃어버린 권리와 박탈당한 기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연극, 뮤지컬을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6일 개막한 뮤지컬 ‘레드북’은 성과 사랑 앞에서 당당하고 솔직한 여인 ‘안나’를 주인공으로 여성이 겪는 사회적 편견을 보여준다. 영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안나가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야한 소설을 담은 잡지 ‘레드북’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안나는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풍기문란죄로 법의 심판을 받을 위기에 처한다.
 
안나는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남자들에게서 언어적·물리적 성희롱을 수도 없이 겪는다. 특히 저명한 평론가가 권력을 이용해 작가 지망생인 안나를 성추행하려는 장면은 지금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품을 쓴 남성 작가 한정석은 “이번 극을 쓰면서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애로사항에 대해 알게 됐다. 사회적으로 커진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오는 4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5필리어’ 또한 여성 인권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담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비운의 여인 ‘오필리어’를 조명한다. 원작에서 오필리어는 사랑하는 연인 햄릿 때문에 미치광이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다섯 오필리어들이 다하지 못한 말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준삼 연출은 “오필리어를 보면서 현재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이 겹쳤다”고 말했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에 여성들이 쉽게 노출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특별히 누군가 겪는 일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일상적으로 겪는 폭력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 자살이든 타살이든 여성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극 속에 녹여낸다.
 
이달 22일 막을 올리는 연극 ‘아홉 소녀들’ 역시 소녀 9명의 잔인한 놀이를 통해 페미니즘, 성폭력, 차별, 왕따, 자살 등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소녀들은 부모 혹은 주위에서 보고들은 여성 편견에 관한 이야기들을 아프게 내뱉는다. 프랑스 현대 작가 상드린느 로쉬의 최근작으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 2018년 3월 2일자 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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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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